번아웃과 마음챙김. 마음의 크기에 관하여.

숨 막히는 일, 끝나지 않는 책임감, 이러다 ‘나’는 없어지는 건가 싶은 빡침… 쳇바퀴 굴러가듯 하루하루 버티는데, 문득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나’ 싶다. 주변에 말해도 다들 똑같다고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바로 번아웃의 시작이었나. 

신기하게도, 요즘 내가 붙잡고 있는 건 ‘마음 챙김’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녀석이다. 처음엔 ‘이게 뭐 얼마나 효과가 있겠어?’ 싶었다. 복잡한 세상에, 숨 몇 번 쉰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기도 했고.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 전에 딱 5분만이라도 조용히 앉아 내 숨에 집중해보려고 노력한다.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자리에 앉았다. 눈을 감으니, 하루 종일 나를 괴롭혔던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내일 할 일’, ‘상사에게 들었던 야속한 말’,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 녀석들은 왜 이렇게 끈질긴 걸까. 예전의 나라면 이 생각들을 떨쳐내려고 애썼을 것이다. ‘안 돼, 생각하지 마!’ 하면서 스스로를 더 몰아붙였겠지.

하지만 마음 챙김은 조금 다른 방법을 알려준다.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말고, 그저 ‘아, 이런 생각이 떠올랐구나’ 하고 조용히 바라보는 것. 마치 흐르는 강물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을 그저 지켜보듯이. 신기하게도, 그렇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그 생각들의 힘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 챙김의 효과는 단순히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을 넘어선다.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꾸준한 마음 챙김 수련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감소시키고, 감정과 기억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인 해마의 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의 집중력과 자기 인식 능력을 향상시키는 전전두피질의 활성화를 촉진하여,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문득, 마음의 크기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종종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짓눌려 마음이 한없이 작아진다고 느낀다. 마치 좁은 방에 너무 많은 짐이 들어찬 것처럼 답답하고 꼼짝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마음 챙김은 그 좁은 방의 문을 활짝 열고, 끝없이 펼쳐진 넓은 공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내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여유와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때는 성공, 인정, 물질적인 풍요 같은 것들이 삶의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번아웃을 겪으면서,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나’라는 존재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마음 챙김은 외부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내 안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좀 더 재미있게, 의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마음의 그릇을 키우면서 말이다. 스트레스라는 예상치 못한 비바람이 불어올 때, 쉽게 흔들리거나 넘치지 않도록 내 마음의 공간을 넓히고 단단하게 만들어야지. 작은 즐거움에도 크게 웃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 마음 챙김이라는 훈련을 통해, 내 안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호기심을 다시 깨워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반짝이는 순간들을 발견하고, 감사함으로 채워나가는 삶. 그런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마음챙김.. 별것 아니라도 꾸준히 하면 내 마음의 크기와 단단함을 키워줄 것이라고 믿어본다.